2026-08-18(화) 방문
간판이 없다. 상호도 없다. 논 사이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비닐하우스와 차고가 나오고, 거기가 가게다.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에게 알려줘서 찾아가는 집이다.

논 사이 농로 끝. 하우스와 창고가 보이면 거기가 맞다
복숭아를 사러 갔다가 여쭤봤다. 블로그에 좀 올려드릴까요?
망설임이 없었다. 겸양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. 홍보를 해주겠다는 말에 이렇게 답하는 가게를 나는 처음 봤다.
나무 박스로 큰 것 한 상자를 샀다. 8만 원. 종이 박스 네 개보다 더 들어간 양인데, 그걸 또 꾹꾹 눌러 담아 주신다. 시골 인심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.

신문지 위에 줄 맞춰 놓인 복숭아

차고 겸 작업장. 여기서 담아 주신다
주변 어른들께 나눠 드리려고 네 개로 소분해 달라고 따로 부탁드렸더니, 미리 준비까지 해 두셨다. 부탁한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.
가기 전에 하나 맛보고 가라며 그 자리에서 깎아 주셨다. 색을 보시면 안다.

가기 전에 하나 맛보라며 깎아 주신 접시
집에 가져가 어머니께 드렸더니 한 입 드시고 그러셨다.
우리 어머니가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. 그 뒤로 마트 복숭아를 못 먹겠다.
주소
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월하천로 161
광고를 안 하는 집의 주소를 적는 게 맞나 싶었다.
그런데 사장님 말씀은 "올리지 마세요"가 아니라 "안 올려도 된다"였다. 그래서 찾아갈 수 있을 만큼만 적어 두기로 했다. 번호는 뺐다. 물건이 궁금한 사람은 결국 가 보게 되어 있고, 이 집은 그렇게 팔려 온 집이니까.
남은 생각은 이거다. 잘 만든 것에는 판로를 걱정할 시간이 없다. 물건이 좋으면 사람이 사람을 데려온다. 광고비를 쓰는 대신 한 알을 더 담고, 오는 사람에게 하나 깎아 주는 쪽을 택한 집이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.
일하는 방식으로 옮겨 놓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. 알리는 데 쓰는 힘과 잘 만드는 데 쓰는 힘 중에 어느 쪽이 오래가는지, 오늘 나무 박스 하나로 배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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